현대중공업에 일하고 계신 노동자 형님들 안녕하십니까.

전 울산에서 12년 째 조그만 업체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입니다.

현대중공업에서 있었던 잇따른 아픈 소식들을 귀동냥으로 들은 바 있습니다.

술로 날을 지새는 분도 계시다고 들었고, 어떤 분은 해고에 분을 못 참아서 울부짖으며 몸에 석유를 끼얹는 서글프고 가슴아픈 광경도 인터넷을 통해 보았습니다. 저도 보면서 참 많이 울었습니다.

전 아직 노조도 없는 조그만 곳에서 일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꼭노조를 만들어 우리회사 노동자들도 인간답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는 게 소원입니다.

그런 저에게,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은 참으로 신화와도 같은 노동조합이었고, 중공업 작업복을 입은 형님같은 노동자 분들은 존경과 부러움의 대상이었습니다.

87년, 지금의 노동자가 그나마 있게 한 주역이 중공업으로 부터 출발했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후에도, 전국적으로 상징있는 투쟁을 앞서서 해 왔다고 들었습니다.

중공업 형님들.

제가 아직 30대 후반 밖에 되지 않아서 이런 말씀 드릴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어른들께서 '달도 차면 기울고 잘될 때가 있으면 안될 때도 있다.' 는 말씀을 하시는 걸 들은 적이 있습니다.

언뜻 보긴 평범한 말이지만 들으면 들을 수록 어려울 때 힘이 되는 말이라 생각합니다.

형님들, 인간인데 어떻게 안 지칠 수 있겠습니까?
지칠 때는 쉬시고 때를 기다렸으면 합니다.
충분히 쉬고 앞날을 계획하고 다시 출발하는 거죠.

전 현재의 중공업을 그렇게 보고 싶고 또 실제 그러하리라 믿습니다.

형님들!
혹여나,많은 어려움과 패배감이 들지라도 포기는 말았으면 합니다.(물론 그렇겠지요.^^)
과정에서 노조가 밉고 활동가라는 사람이 미워도 미워만 하지 말았으면 합니다.(그렇죠? ^^)

서로들 열심히 하다, 서로들 지쳤는데 누구를 탓한다고 당장 변할 것은 없다고 봅니다.

술이 필요하면 술을, 휴식이 필요하면 휴식을 취하면서 온갖 패배감과 미운 감정을 조용히 다스리는 기간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조합원의 사랑을 받는 활동가로 어떻게 다시 될 수 있는가?

조합원의 듬직한 노조를 어떻게 다시 만들 것인가?

미운 활동가들을 용서하고 다시 어떻게 힘을 모을 수 있을까 조용히 아주 조용히 생각했으면 합니다.

그러면 아주 조금씩 희망은 다시 만들어 지지 않겠습니까?

형님들,
바닷바람 매서울텐데 수고하십시오.

형님들만 믿겠습니다. 파이팅!


중공업 형님들을 믿고 좋아하는 영세업체 노동자

* 중공업에 실명만 되어서 이곳 저곳에 막 띄웁니다.
중공업 형님들이 이 글 많이 보고 조금이라도 힘낼 수 있게 도와 주이소.